대한민국엔 어린이 미세먼지 마스크가 없다
대한민국엔 어린이 미세먼지 마스크가 없다
  • 어린이교육신문
  • 승인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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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사무국장·변호사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한가한 나들이 약속, 운동 약속이 아닌 이상, 미세먼지가 외출을 막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때 의지하는 것이 얇은 ‘보건용 마스크’ 한 장이다. ‘Korean Filter’의 약자인 KF 표시와 그 옆에 믿음직한 80, 94, 99 숫자를 보고, 나름 그날의 농도에 따라 마스크를 선별했다. 그러다 마스크를 상용해야 하다시피 되자, 필터를 장기간 쓸 수 있다는 고가의 마스크를 구매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일반 마스크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날 것으로 은연중 믿고 구매한 고가의 마스크는 KF 표시가 있는가? 찾아보니 없다. 마스크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KF 등급은 받지 않았지만 미국의 N95 등급을 받아 더 안전하다고 한다.
식약처에 전화를 했다. 부서별로 계주를 하듯, ‘나는 여기까지 답변할 테니 다른 부서로 전화해보시오’라며 전화번호를 남겨준다. 10통에 가까운 통화 끝에 알게 된 정보를 요약하면 이렇다. 
마스크는 공산품, 산업용품, 의약외품으로 나뉘고 각각 다른 기관에서 관장한다. 의약외품에는 보건용 및 수술용 마스크가 있는데, 그중 우리가 미세먼지 마스크라고 하는 것은 보건용 마스크이다. 보건용 마스크가 되려면 여러 시험을 통해 흡입되는 이물질 차단 정도를 측정하여 품목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통과하면 그 차단도에 따라 각 KF80, KF94, KF99 등급을 받는다. 이 등급을 받지 않은 경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용 마스크가 아니다. 그러나 공산품에는 해당할 수 있어 판매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원하는 소비자는 ‘의약외품’ 글자와 ‘KF’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N95, 중국의 KN95 같은 기준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보건용 마스크는 아니다. 그러니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원하면 반드시 ‘KF’를 확인해야 한다.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문구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니, ‘미세먼지 마스크’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세먼지 마스크라는 믿음으로 구매한다. 식약처가 이렇게까지 ‘의약외품’, ‘KF’를 강조함에도, 소비자는 정작 일본, 영국, 스웨덴이라는 단어에 믿음을 부여하고 지갑을 연다. 
뿐만이 아니다. 마스크에 관한 일반인의 더 크고 중대한 오해는 ‘어린이 마스크’에 있다. 주변에 아이들에게 어떤 마스크를 씌우냐고 물으니, 아이의 건강을 염려해 KF94 마스크를 씌우는데, 잘 쓰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한다.
보건용 마스크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각 분진포집효율, 안면부흡기저항, 누설률을 따지는 시험을 거친다. 80, 94, 99는 이 각 시험의 등급별로 부여받게 되는데, 숫자가 높으면 미세먼지는 그만큼 침투하기 힘들겠지만, 그에 비례하여 숨쉬기도 힘들다. 그러니 식약처에서 권고한 대로 사람별로 ‘호흡량을 고려해’ 적당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즉 결코 숫자가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특히 위의 각 시험 단계가 모두 성인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흡기력과 폐활량이 낮은 어린이가 체감하는 것은 다르다.
쉽게 말해 어른보다 훨씬 더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미세먼지 막으려다 호흡곤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그나마 KF80 마스크가 더 적당하며, 근본적으로는 어린이를 기준으로 한 진정한 ‘어린이용 마스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마스크의 크기가 다양하지 못한 것도 성인 기준의 시험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의 작은 얼굴에 큰 마스크를 씌워봤자, 틈새로 미세먼지를 다 흡입하기 때문에 크기도 다양해져야 한다. 
식약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영·유아용 마스크 기준을 따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게 그 국가들은 우리만큼 일상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으므로 산업용, 의료기기용 기준만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 실외의 유일한 보호수단은 마스크이다. 정부가 좀 더 기준을 정밀하게 만들고, 판매 시 헷갈리지 않게 잘 관리하고,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잘 표시한다면, 우리는 마스크에 대해 많이 알 필요가 없다.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는 무엇보다 먼저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기준’에 맞는 마스크를 만들라고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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